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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나에게 꿈을 주신 난쟁이 아저씨>

  • 글쓴이 Mason할배 날짜 2024.06.28 08:08 조회 26
<나에게 꿈을 만들어 주신 난쟁이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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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2차 대전 와중에 일본에서 태어나 4살 때 부모의 손에 잡혀 나의 조국인
대한민국(경남 울주 삼남면)에 왔었다고 선친은 말씀 하셨다.

여기서 선친은 유기(놋 그릇)공장을 하셨다.
그렇게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3학년이 되던 해 선친은 부산으로 이사를 가려고
헌 집을 하나 사서 그 목재를 뜯어다 부산에 새 집을 지으려고 하셨다.

그런데 불행히도 목재를 뜯어내려고 인부들과 같이 일을 하시다가
지붕에서 떨어져 허리가 부러졌다.

그 후 몇 년을 고생을 하셨고 그 수발을 어머니가 동네의 아이들 똥이
몸에 좋다고 해서 그걸 온 동네에 부탁을 해서 구해다 끓여
증발을 시켜 나오는 액을 드시게도 했다.

당시 난방과 취사는 산에서 나무를 해 와 그걸로 땔감으로 사용하였기 때문에
당시 나의 집엔 산에 갈 사람이 없어 내가( 9살) 나무를 하러 다녔다. 

그런데 나는 어리기도 하지만 키가 작아 어른 지게를 질 수가 없어
지게발목을 조금 잘라 내어 짧게 해서 지고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곤 했었다.

이렇게 살자니 그간 조금 있던 재산은 계속 축이 나서 겨울엔
아침에는 그래도 밥을 먹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은 시라기 죽으로 연명하였었다.

이 땐 죽이라도 양껏 먹었으면 하는 게 동생과 나의 꿈이었다.
그런데 이건 우리 집만은 아니고 동네 거의가 이랬다.

이러니 날이 세면 어머닌 쌀독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쉬고 난 마당에 있는
어제 해 온 나무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고는 걱정을 하는 형편이었다.
나무가 적어 불을 덜 때는 날이면 새벽이 되면 추워서 잠을 자질 못 했었다.

내가 그러니 아버진 얼마나 추우실까 싶어 얼른 나무를 해 와야지 하곤
아침을 마치면 산으로 올라갔다. 갔다 오는 데 보통 4-5시간이 걸렸다.

그런 와중에 하루는 나를 포함한 동네 애들이 춥다고 햇빛이 잘 쬐는
처마 밑에 모여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그 때 이웃에 사시던 난쟁이 아저씨(유교 학자)가 우릴 보고 이 말씀을 하셨다.
 
“ 지금 춥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겨울을 보내면
내년 겨울은 더 배가 고프고 더 추워진다.
공부를 하면 추위도 이겨내고 배고픔도 이겨내는 길을 너희들이 찾을 수 있다. ”

그러니 내가 가르쳐 줄 터이니 한문을 배워라 하셔서 그날부터
동네 애들 다섯이 그 집에 가서 천자문을 앞에 놓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운 한문이 다음 겨울까지 두 겨울을 배웠는데
난 천자문과 동몽선습까지 배우게 되었다.
이 와중에 6.25 사변이 나서 나라가 온통 뒤집혔었는데 그 때도 우린 공부를 했었다.

지금도 잊지 못할 것은 그 당시는 모두가 어려웠지만 땔감이 없으면
취사도 난방도 안 되니 이 집엔 키들이 작아서 아들이 둘이 있어도
지게를 지지 못해 나무를 해오지 못하니 방이 늘 냉방이었다.

또한 먹을 것이 부족하니 소나무 껍질(안에 것)을 벗겨다 물에 넣고
며칠을 두면 불어나는데 여기에 쌀가루를 조금 넣고 죽을 끓여 먹었었다.
이러는 게 이 집은 좀 더 심할 뿐 대게가 그랬다.

해서 이 죽을 오래 먹고 나면 얼굴이 붓는데 그 당시는 이를 부황이 걸렸다고 했었다.
이러다 봄이 되어 쑥이 나면 그걸 캐서 국을 끓여먹고 그 부황이 없어지고 했다.
.
특히나 방이 차니 엉덩이를 대고 앉을 수가 없어서 무릎을 꿇고 앉았었는데
애들은 그렇다 치고 그 분 아저씬 다리가 짧으니 그렇게 앉질 못 하시는 걸 보고
마음이 무척 안 쓰러웠다.
.
그러다 전쟁이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아 정부가 부산으로 왔다가
다시 서울로 수복하면서 정부 각 부처엔 여러 직종에 사람이 부족 하였었다.

이 때 문교부에 사환자리가 생겼다면서 당시 나의 이모의 시가집
식구 한 분이 문교부에 근무 하셨는데 이 분이 나를 추천을 해서
이 분을 따라 서울로 취직을 하러 가게 되었다.

생전 촌놈이 서울에 올라가 그것도 문교부(당시 임시 청사가 명동에 있었음.)에
가니 기가 죽는데 인사과장 말씀이 벌써 다른 사람도 추천을 해서
다섯 명이나 신청이 되었으니 누굴 특별히 뽑을 수도 없고 해서
공개로 시험을 치게 되었으니 다음 주 며칠에 다시 오라고 하였다.

그날 갔더니 나를 포함한 신청자 다섯을 이들을 추천한 분들 앞에 세워놓고
그 당시 신문을 펴서 과장님이 글자들을 펜으로 짚으면서
따라 읽게 하는 한자읽기 시험이 있었다.

이래서 과장님이 아무래도 큰 애가 먼저 해야지 하고
고등학교 1년생이라는 애부터 시작을 해서 애들이 따라 읽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하면서 넷이 마치고 마지막 내 차례가 왔었다.

나는 나이가 있으니 키도 당연히 작을 수밖에,
그런데 과장님이 하시는 말씀,
“네 초등학교는 졸업을 했냐? 어머니 젖은 다 먹고 왔느냐?
여기까지 왔으니 시험이나 한 번 쳐보고 가거라.” 라고 했었다.

난 당시 12살 초등학교 6학년 겨울에 올라갔으니 졸업 전이라 했었다.
난 이때 사람을 키를 보고 나이를 보고 판단하는 그 과장님이 정말 미웠다.

드디어 나에게도 꼭 같은 방식으로 펜을 짚으면서 시작이 되었다.
난 따라 하다가 그만 실수를 하였다.

당신 신문은 전체가 한자이고 신문의 편집 방식이 우측 상단에서 하로
그리고 다시 좌측 상단에서 하로 활자가 되어있었는데
난 따라 읽다가 보니 다음 줄 위의 첫 글자와 합쳐야 되는 단어가 있어
그걸 과장님이 짚기도 전에 읽어버렸다.

그랬더니 과장님이 하시는 말씀,
“이 녀석 봐라, 너 한문 얼마나 배웠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배웠다고 했더니 좌중을 보고
더 이상 자기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될 걸로 안다면서
“네는 당당히 5:1 공채로 합격 했어!”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며칠 뒤 준 공무원증을 받고 경리과에 급사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연으로 난 그 후에 어려운 역경에도 잘 이겨내었고,
제대를 하고 5.16 혁명이후 국가 5급 공채에 65대 1로 합격을 하여
20년간 공직에 있다가 30 여 년 전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 후 여기서 내가 살아온 길은 초기엔 전자제품 수리 기술자로
일을 하다가 나중엔 우연히 영어 공부를 하다가
영어 발음법 하나만 가지고 20 여년을 싸워 왔다.
그래서 몇 권의 책도 내면서 딸 아들 잘 지내고 있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해서 기울어지는 석양을 보기가 싫어지는 나이가 되고 보니
그간 살아오면서 얻은 것을 다 갚고 가지는 못해도
뭔가 사람 노릇이나 하고 가야지 하는 게 나의 마지막 원이 되어 이 글을 쓴다.

그 분 난쟁이 아저씨가 그 추운 겨울에 돈도 받지 않고 가르쳐 주신 그 한문은 
나에게 글 몇 줄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적인 자세를 일러줬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새 글을 여러분에게 주겠다.

20 여년의 발음공부에서 얻어진 이민자의 인고의 체험서다.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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